냉동실을 열어보니 텅 비었더군요.

허전했습니다.

생각해보면 늘 그랬던것 같습니다.

텅 빈 냉장고

텅 빈 지갑

텅 빈 머릿속

텅 빈 마음

텅 빈 인생...

어쩌면,

사람들은 채워지지 않는 텅 빈곳에

무언가를 채워넣기 위해

그렇게 악착같이 살아가는것 같습니다.

멍청한 스마트폰을 들었습니다.

이름처럼 스마트하지 않아요. 저한테는

에스알씨몰에 들어갑니다.

허전함을 채우는데는 쇼핑만한게 없는것 같습니다.

배너가

할인행사를 한다고 소리없이 외칩니다.

왠지 싼것 같습니다. 이득인것 같습니다.

그러다 아련해집니다.

여기 회사도, 담당자도,

끊임없는 압박으로 이런 행사를 하고 있겠죠. 판매와 매출에 대한 압박이 있었겠죠.

기업은 이윤을 추구해야 하니깐. 자선사업가들은 아니니깐...

왠지 담당자가 불쌍해집니다.

원플러스원. 언제들어도 반가운 말입니다. 게다가 망고라니, 게다가 원플러스원이라니...

스위트망고가 저를 스위트한 유혹에 빠뜨립니다. 먹어보고 싶어지네요.

한국에서 망고는 생산하지 않을텐데... 자세히 보니 베트남산이랍니다.

하긴, 열대과일은 열대지방에서 가져오는게 인지상정이지요.

베트남...

얼마전 그와 함께 그곳에 갔을때가 생각납니다.

흔들리지 말라고 내게 노래 불러주던 그사람.

참 노래를 좋아했었지.

집에오니 반가운 택배가 절 반깁니다.

아이스박스 포장을 벗겨냅니다.

드라이아이스가 마지막 숨결을 내쉬듯이 연기로 기화되고 있네요.

자신의 역할을 끝까지 성실하게 해낸 그에게 슬픈 박수를 보냅니다. 아닙니다. 슬프지 않습니다.

형태는 사라졌지만 그는 다른 모습으로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할 것입니다.

노란 스위트망고가 차갑게 저를 노려봅니다.

저도 한참을 차갑게 노려봤습니다.

누군가와 인연을 맺는다는게 시간이 필요한 일이지요.

어색한 정적이 흐릅니다.  

한참을 그렇게 서로 지켜보다보니 정이란게 생깁니다.

한조각 포크로 찍어봅니다.

달콤하고 새콤하고 시원한 맛.

더 이상 형용할 수 있는 말이 없네요.

베트남에 내리쬔 태양의 에너지와 땅의 기운이 망고에 노랗게 응축된 것 같습니다.

말이 길었네요.

이름처럼

스위트망고가 스위트했습니다.